리서치 딜리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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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딜리버리는 *c-lab의 주제를 다각도로 탐구하는 자료 공유 이메일 서비스입니다.
3월부터 8월까지 *c-lab 8.0의 주제, "코러스"를 둘러싼 다양한 개념과 서적, 학술 자료 등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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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월 호] 리서치 딜리버리 #1 : 비극은 언제나 코러스였다 (읽기)
"만약 당신의 세상을 끝장낼 힘을 가졌으며, 기어이 그렇게 할 생각임을 분명히 밝힌 누군가와 마주하고 있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심정이겠는가?" 작가이자 인류세에 대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아미타브 고시Amitav Ghosh는 자신의 책 『육두구의 저주: 지구 위기와 서구 제국주의』(2022)에서 이런 질문을 남겼습니다. 숨이 턱 막혀오는 막막함,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비참함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덧붙여 봅니다. "누가 이 심정을 표현해 줄 수 있을까?"*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삶의 고통과 비참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그리스 비극'이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치유의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춤과 노래로 관객을 하나로 통합했던 '코러스'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고 주장합니다. 코러스는 비극 안에서 관객을 같이 울게 하고, 함께 노래하게 만드는 힘이자 고통을 뛰어넘어 삶의 의미를 전하는 전령사였습니다.
*c-lab은 공동의 비극을 공동의 경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연습의 시간을 제안합니다. *c-lab 8.0은 나의 목소리를 다른 이들의 소리와 맞추는 시간이자 우리가 지금 마주한 비극을 직시하고 함께 노래하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5월 1일부터 6월 22일까지 *c-lab 8.0과 함께 해주세요. 관객이자 코러스인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 박범순, "인류세의 연원(淵源)과 문화예술"(2023)에서 인용.
[2024. 5월 호] 리서치 딜리버리 #2 : 비극은 계속된다 (읽기)
예고된 비극, 새벽에 덮친 비극, 멸종 비극, 비극적 실수, 이런 비극이…
비극悲劇, 불행한 결말을 갖는 극 형식. 좁은 의미에서 비극은 인류 역사상 아주 짧은 시기 그리고 아주 좁은 지역에서 성행하던 예술 형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비극, 이 단어를 뉴스 탭에서 검색한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4시간 전, 1시간 전, 1분 전. 방금 또 하나의 뉴스가 올라왔네요. 비극이라는 제목을 달고 말이죠. 우리는 세계화된 행성 안에 함께 묶여 있습니다. 매일매일 어디에서 어떤 참사가 일어나는지 생생하게 보고 느끼죠. 이렇게 촘촘한 연결은 그리스 비극이 시작된 고대 아테네의 작고 긴밀하게 얽힌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화 비평가인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은 비극을 단순히 파국적이고 슬픈 사건이 아니라 인간 삶의 연약함과 불안정함을 묘사하는 '예술'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아이스킬로스*는 비극적이지만 아우슈비츠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 것, 우리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비극의 지위에 올라갈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이렇게 비극의 정의를 다시 좁히는 것은 이야기를 통해 과거 인류가 얻고자 했던 교훈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무리 두렵고 압도당하더라도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예술로서 비극은 "세상에 넘쳐나는 비참을 이해하게 해주는 눈이자 인간의 자기 파멸 위험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창"이었습니다. 그러니 "인간의 비참함이 있는 한 비극은 계속된다"는 말은 반대로 비극이 존재하는 한 세상에는 고통만 있다는 것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예술/비극이 슬픔을 감당하고 견디는 방법을 귀띔해 줄 테니까요.
*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비극 형식의 기초적인 틀을 다졌다.
[2024. 6월 호] 리서치 딜리버리 #3 : 기억이 소리가 될 때 (읽기)
여러분이 기억하는 *c-lab 8.0의 소리는 무엇인가요?
〈백그라운드 보이스〉의 16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 관객의 목소리와 소리 객체가 내는 소리, 〈마주하는〉의 퍼포먼스 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레인 스틱의 소리, 〈비극과 코러스: 움직임 합창〉의 참여자가 입으로 낸 재난 경보음과 재난을 향해 질문을 던지던 목소리들 그리고 리스닝투게더의 음악들. 5월과 6월, 전시장에 울려 퍼진 수많은 소리가 떠오릅니다. 지난 5월 시작한 *c-lab 8.0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는 이제 막을 내립니다. *c-lab 8.0은 코러스를 이루는 순간을 통해, 시간이 지나더라도 잊히지 않는 공동의 경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그 소리"를 떠올려주세요. 기억이 된 소리가 우리의 마음에 울려 퍼져 서로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2024. 7월 호] 리서치 딜리버리 #4 함께 부르는 노래의 힘 (읽기)
노래를 함께 부를 때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비로소 완성됩니다. 코러스의 이러한 특성은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맥락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어떠한 이념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조화를 이루며 서로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합창의 모습은 우리가 다른 영역에서도 협력하고 이해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선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음악은 사회 변화를 끌어내는 도구로 사용되었고 때로는 저항과 혁명의 상징이 되었죠.
학교에서 교가를 같이 불렀던 기억부터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에서 같이 떼창했던 추억 혹은 어떤 시위 현장에서 같이 소리쳤던 경험까지, 이번 호에서는 *c-lab 8.0 팀이 누군가와 함께 불렀던 노래를 소개합니다. 이 중에 아는 노래가 있나요? 그렇다면 따라 불러주세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부르는 노래의 힘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2024. 8월 호] 리서치 딜리버리 #5 랩메이트 특별호 (읽기)
리서치 딜리버리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랩메이트 권유빈, 김해수, 민지수, 송유빈, 오지은, 조소연, 채은, 한지현입니다. 저희 여덟 명의 랩메이트는 지난 4월에 처음 만났는데요. *c-lab 8.0이라는 짧고도 긴 여정이 드디어 끝을 맞이하여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코러스"를 주제로 한 전시, 해프닝, 강연에 참여하며 비평을 써왔습니다. 가장 가까운 관객으로서, 프로젝트의 과정을 지켜봤죠. 이번 리서치 딜리버리에서는 저희가 여러분께 일종의 답가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랩메이트는 '공동 기억화(commemoration)'라는 단어 및 개념을 이번 호의 키워드로 정했습니다. 접두사 "co-"는 함께를, "memorate"는 기억시키다, 접미사 "-tion"은 동사의 명사형을 뜻하는데요. 저희는 이것을 '공동 기억화'로 번역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동 기억은 중요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구성원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죠. 바꿔 말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랩메이트는 공동 기억화와 관련된 소설, 논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로써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공동 기억화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c-lab 8.0 랩메이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