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딜리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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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리서치 딜리버리에는 코리아나미술관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참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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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월 호]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1: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생존의 방법 (링크)
"삶을 위협하는 악조건이나 위험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
다소 비장하게 느껴지는 이 문장은 '생존'에 대한 정의입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몇 년을 지나며, 생존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이익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보다 더 투쟁적이며, 이를 위해 때로 누군가를 적대하거나 무언가에 기생해야 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선하고 윤리적인 관계만으로는 생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존재가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서 진화했다는 점에서 시작해봅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서로가 필요한 걸까요?
코리아나미술관 *c-lab 6.0은 "공진화 co-evolution"을 주제로, 나의 생존과 연결된 존재를 감각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공진화는 한 생물 집단이 다른 생물 집단과 함께 진화한다는 생물학적 개념으로, *c-lab 6.0에서는 다른 개체, 사회 구조, 더 나아가 기술 환경까지 확대해보려고 합니다. 5월부터 9월까지 4개의 프로젝트, 프로그램, 워크숍 그리고 리서치 딜리버리를 통해 공진화와 관련된 이야기와 자료를 전달할 예정이에요.
아 참, 저는 "딸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로 늙고 싶어서 공진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귀여운 할머니로 늙어야 할 테고, 50년이 지나도 딸기가 쉽게 자랄 수 있는 기후여야겠죠? 거창하진 않지만 그게 저의 목표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어떤 목적을 위해 살고 싶으신가요?
리서치 딜리버리를 읽으시는 동안, 저희의 목소리가 당신께 가닿아 *c-lab 6.0의 끝에서는 서로의 생존이 공명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1: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생존의 방법
[2022. 6월 호]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2: 똑똑, 거기 누구 계세요? (링크)
어젯밤 당신이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소설을 읽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것은 오늘 당신께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아마 시력의 감퇴나 몸의 피로일 수도, 가치관이나 행동의 변화일 수도 있겠네요. 이처럼 조명의 빛과 종이의 감촉은 물론, 살아 있다고 여기기 어려운 소설 속 등장인물까지도 우리의 몸과 정서에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책을 덮고 집을 나선 후에도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의 이야기, 조명, 그리고 의자는 언제든 다른 무언가와 관계 맺을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토록 생생하게 세계와 영향을 주고받는 그들을 그저 죽어있는 객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어쩌면 이를 위해 오래된 사유에서부터 오늘날의 새로운 철학적 시류들, 그리고 행위자, 사물, 기계와 같은 개념을 아주 긴 시간 논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것보다, 우리는 왜 인간 밖에 놓인 존재들을 상상하기 어렵고, 심지어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존재들마저도 생생하게 감각하기 어려운지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아웃포커스 기능이 장착된 안경을 끼고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으로요. 맞춰진 초점 밖의 존재들은 가시 범위 내에 있음에도 흐려져 제대로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던 것이죠. 다른 존재를 느끼고 세계를 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쓰고 있던 안경을 잠시 내려놓아 보세요.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2: 똑똑, 거기 누구 계세요?
[2022. 7월 호]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3: 안녕하세요? 인간동물님들! (링크)
친애하는 인간동물 여러분,
여러분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해수의 온도를 높여주어 제가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어주셨거든요.
저는 얕은 바다와 심해를 오고가며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 먹어요.
가끔 상어, 펭귄, 거북이가 저를 위협하기도 하지만, 여러분이 저의 포식자의 개체 수를 줄여주신 덕분에 제 삶은 좀 편해졌답니다.
인간동물님들은 이제 어떡하죠?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고 빙하가 녹아 높아지는 해수면은 여섯 번째 대멸종의 징후일 거래요.
이번 호의 제목은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남종영, 북트리거, 2022)에서 빌려왔어요. 남종영 환경기자는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동물과 인간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물을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person로 보고,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제안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공진화에 대해 주목하고자 합니다. 서두의 바다 동물 이야기처럼 인간동물이 우려하고 있는 온난화는 다른 누군가에게 기여한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멸종시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연에서 나는 남을 잡아먹거나 잡아 먹히기도 하고, 남이 버린 것을 내가 취하거나, 먹이를 얻기 위해 남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가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이들이 나를 윤택하게 해주기도 해요.
이러한 우리들이 지구라는 별에서 공존하기 위해 어떻게 연대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아래 준비한 이야기를 통해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그동안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했었던 비인간동물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천천히 생태적 감수성을 깨워볼 수 있는 시간을 함께하고자 합니다.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3: 안녕하세요? 인간동물님들!
[2022. 8월 호]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4: 당신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링크)
오늘 하루 당신이 머문 곳은 어디인가요? 물리적인 현실의 공간에서 혹은 소셜 네크워크 플랫폼에서도 당신이 남긴 발자취는 당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본캐가 아닌 부캐의 삶을 살아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존재를 지칭하는 이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정체성은 한 존재가 갖는 일관된 특성으로, 다른 존재의 특성과 지속적인 관계 맺음을 통해 생성됩니다.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정체성은 그 자체가 공진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리서치 딜리버리에서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한 국가와 사회, 문화는 각각의 정체성을 갖고 다른 존재와 상황들을 마주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민들레와 '잡초', 음악과 ‘소음'을 분류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플라톤은 언어를 가진 자와 언어를 갖지 못한 자를 분류했으며, 19세기 유행한 골상학은 인간의 두개골로 인류를 분류했습니다. 그들이 생각한 인간-정체성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또한 정체성은 그 존재가 위치하는 국지적 환경과 물리적 공간에서 생성됩니다. 이렇게 생성된 공간의 정체성은 지역을 만들고 문화로 발전됩니다. 한 존재를 넘어 사회와 문화, 지역 각각의 정체성들은 서로 교차하고 흐르며 미끄러지고 충돌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감각하고 경험하며 새로운 배치를 만들고 또한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무수한 정체성들의 겹침은 여러 종의 소리가 되어 굴절되고 변형되어 새로운 다양성을 만들어냅니다.
"제자리에 있고 싶다면 끊임없이 뛰어야 해!"
루이스 캐럴의 소설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그에 따라 함께 움직입니다. 때문에 주인공은 끊임없이 달려야만 제자리를 겨우 유지할 수 있는데요. 이는 모든 물체가 각각의 독립적이고 고정 불변한 위치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고 영향을 미치며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진화의 과정에서 정체성은 어쩌면 '끊임없이 번역되는 것'이 아닐까요? 당신의 정체성은 어떠한가요? 지금 당신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4: 당신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2022. 9월 호]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5: 기술과 실뜨기하기 🤖🧶 (링크)
지금 이 리서치 딜리버리를 읽고 계시는 당신은 아마도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의 모니터 화면 혹은 스마트폰의 액정화면과 마주하고 있겠지요?
기술의 발달이 아니었다면, 이 리서치 딜리버리는 우편으로 배송이 되어야 했거나 어쩌면 당신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SF 작품 속 디스토피아적 결말과 같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통해 진통을 안겨주기도 하죠. 이번 리서치 딜리버리의 주제는 바로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입니다.
미국 역사학자인 브루스 매즐리시Bruce Mazlish는 그의 저서인 『네번째 불연속The Fourth Discontinuity』(2001)에서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이 창조한 기계의 주인이 아니라 함께 공진화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사실 우리 인간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도구, 기계,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공진화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을 통해 인간은 새로운 지각과 감각을 얻게 되고, 기술의 발달은 인류 생활방식의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죠. 오늘날의 기술은 더 이상 도구의 위치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가상현실, 인공지능, 포스트 휴먼 등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에 기술은 인간의 신체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으로 침투하며 인간과 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 올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기술과 상호적 관계에서 호혜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가 언급한 실뜨기를 상상해 봅니다. 실뜨기는 함께 만드는 과정이지만, 주체와 대상이 고정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술과 실뜨기를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예술이 그 실뜨기의 방법에 대한 힌트를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어봅니다.
'예술과 기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또 다른 과학적 장난감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 표현 방식인 기술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 백남준Nam June Paik -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5: 기술과 실뜨기하기
[2022. 10월 호]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6: *c-lab 6.0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 (링크)
우리는 종종 *c-lab이 지나온 길을 '여정旅程'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여행을 통해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c-lab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잘 그려진 지도 위를 누비는 여행이 아닌 새로운 지도를 만들기 위한 여행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4월부터 발행된 리서치 딜리버리는 각각의 예술적 시도가 형성한 다채로운 지형을 자세히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지도의 안내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c-lab 6.0은 꽃이 피는 봄에 시작해, 공기가 쌀쌀해지는 가을에 그 끝을 알렸으니 장기 여행과도 같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기나긴 여행에는 든든한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길을 잃었을 때 함께 방향을 정하고, 좋은 것을 보면 바로 나눌 수 있는 그런 '동반자mate' 말입니다. *c-lab 6.0과 함께한 8명의 랩메이트는 각기 다른 연구 주제와 관심사를 가지고 약 6개월간의 여정에 동참하였습니다. 자료집에 실릴 최종 결과물에는 이들이 *c-lab 6.0을 경유하며 공진화의 가능성을 탐구한 흔적이 담겨있습니다. 이들의 리서치 조각이 어떤 형태로 완성되었을지 궁금하시다면 11월에 발행될 *c-lab 6.0 자료집을 기대해 주세요.
리서치 딜리버리가 인도한 길을 따라온 *c-lab 6.0의 여정은 어떠셨나요? 독자 여러분의 동행 덕분에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가는 공진화의 길을 헤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 저희는 또 다른 여정의 시작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 #6: *c-lab 6.0의 여정을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