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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히스토리 #2 《피처링 시네마》: 비디오아트가 탐험한 영상 매체의 서사적 가능성(Fea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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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리아나미술관 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친숙하게 느끼는 문화 예술 활동은 무엇일까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접하는 문화 예술 활동은 바로 ‘영화’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겐 ‘천만 돌파 영화’라는 수식어가 딱히 낯설지 않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과 전 세계적인 흥행 열기로 인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지요. 그래서 오늘은!

코리아나미술관 전시 히스토리를 조명해보는 두 번째 순서로,
가장 대중적인 예술 매체라고 할 수 있는 '영화'가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조망하고자 했던 전시《피처링 시네마》를 소개합니다!

Image: Bruce Coner, 2000BC : The Bruce Conner Story exhibition opening at the Walker Art Center

#2
피처링 시네마
Featuring Cinema
2011. 4. 7. – 2011. 5. 31.

참여작가
브루스 코너, 크리스토프 지라르데 & 마티아스 뮐러,
피에르 위그, 임민욱, 마누 룩스,
트레이시 모펫, 올리버 피에치, 노재운

지난 《이미지 극장》편에서 현대 미술이 연극의 매체적 조건을 수용하며 그 외연을 확장해 온 양상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피처링 시네마》편에서는 현대 미술이 영화의 매체적 조건을 수용하며 전개된 양상을 살펴봅니다.

1895년 파리의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가능해진 '영화', 즉 말 그대로 움직이는 이미지인 ‘무빙 이미지’의 탄생은 그 자체로 새로운 현대적 예술 매체의 탄생이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지각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희대의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촬영된 필름을 잘라 붙이는 '몽타주(montage)'편집을 그 매체적 본질로 삼는다는 점에서, 현실을 기록하는 한편 그것을 재구성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때문에 영화는 뛰어난 기록 매체로서 권력의 정치적 선전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선택적이고 비연속적인 편집 방식을 통해 기존의 시공간 인식과 논리 구조를 무력화시키면서 새로운 지각 경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저항적인 매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이처럼 영화가 보여주는 새로운 지각 경험의 가능성과 대항적 성격에 대한 탐구는 20세기 초 다다, 러시아 구성주의, 팝아트 등 시각 예술 전반으로 확산되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90년대 이후 매튜 바니(Matthew Barney),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더글라스 고든(Douglas Gordon) 같은 비디오 아티스트들은 현대 미술의 맥락에서 영화의 매체적 조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 비판, 해석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현대 미술의 비디오 아트와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시도해왔습니다.

그 다양한 실험 가운데 《피처링 시네마》는 90년대 이후 비디오 아트에서 뚜렷이 나타났던 흐름으로, 기존 영화의 영상 이미지를 재배열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서사와 의미로 결합해내는 작품 제작의 경향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피처링 시네마》는 특히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를 기반으로 비디오 몽타주 영상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들에게 주목했습니다. 파운드 푸티지란 ‘발견된 화면’이라는 뜻으로, 파운드 푸티지에 기반하여 작업한다는 것은 작가나 감독이 직접 촬영하지 않고 이미 촬영된 영상을 활용하여 편집하는 작품 제작방식을 말합니다. 이는 80년대 현대 미술에서 널리 행해졌던 차용의 전략이나, 90년대 힙합과 랩 음악 장르에서 사용된 샘플링 기법, 나아가 오늘날의 디지털 이미지 편집 방식과도 그 맥락을 함께합니다. 《피처링 시네마》의 작가들은 영화의 줄거리에 따라 연속적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편집 방식 대신, 기존 영화의 수많은 파편을 조합하거나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비연속적이고 논리적 비약으로 점철된 영상 작품들은 역설적으로 기존의 영화나 미디어의 문법이 누락하거나 간과해온 지점들을 가시화합니다.

《피처링 시네마》는 치유적이다.
작품들이 모아놓은 이미지의 조각들은 마음의 길을 따라 움직이며
현실과 가상, 타자와 주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중심서사를 묶어내는 기존 편집의 외연이 해체될 때,
잊혀졌던 무수한 기억의 편린들이 새로운 서사를 구성하고,
하나의 단순한 이야기가 수백 가지로 변주되며 끝없이 반복될 때,
관객은 어느 순간 각자의 은밀한 반복을 시작하게 된다.
큰 서사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작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고,
시시각각 그 모양새를 바꾸는 이 생명체는 원본의 주인도, 새로운 창작물의 작가도, 관객도 그 어느 누구도 요약할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로 진화한다.
너무나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기괴하리만큼 낯선 변화무쌍한 전시이다.

- 김서영(광운대 교수, 정신분석학자, 영화 칼럼니스트) -


그럼 구체적으로 《피처링 시네마》에서 소개된 영상 작품들을 함께 살펴볼까요?

《피처링 시네마》는 작품에서 파운드 푸티지를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됩니다.

# 1. 파괴와 조합의 알레고리 미학

첫 번째‘파괴와 조합의 알레고리 미학’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영화뿐 아니라 뉴스, 광고 등 미디어 전반에서 추출한 파운드 푸티지 영상들을 무작위로 병치함으로써 오히려 다층적이고 유기적인 의미구조를 가진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파운드 푸티지 필름 작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브루스 코너(Bruce Conner)의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코스믹 레이Cosmic Ray>에서 브루스 코너는 나체로 춤추는 여인의 영상과 함께 만화 영화, 전쟁 기록물, 광고, 서부영화에서 추출한 영상들을 혼합시킵니다. 영상의 외시적 의미와 내포적 의미가 무수히 교차하면서, 성과 전쟁, 60년대 미국 문화, 소비사회와 개인주의 등 수많은 해석의 실마리를 암시하는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푸티지 필름의 속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알레고리로 기능합니다.

Bruce Coner, Cosmic Ray, 16mm, b&w/sound, 4min 43sec, 1961. Courtesy of the Conner Family Trust

# 2. 끝나지 않은 이야기

첫 번째 파트의 작품들이 이질적인 파운드 푸티지 영상들을 불연속적으로 충돌시키는 방식을 취했다면, 두 번째,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가 선택한 특정한 주제로 아카이브 된 유사한 영상들을 연속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가령, 크리스토프 지라르데와 마티아스 뮐러(Christoph Girardet & Matthias Muller)의 작품 <크리스탈Kristall>은 수백 편의 고전 영화에서 거울이 등장한 부분만을 채집하여 구성한 영상입니다. 파편적인 영상을 활용하는 가운데 거울의 방에서 일어나는 멜로드라마 형식을 취하는 이 작품은 기존의 영화 문법에서 거울이 활용되는 전통을 활용하면서도 거울이 가지는 시각적 파열의 효과와 의미 구조를 증폭시킵니다.

Christoph Girardet & Matthias Muller, Kristall, 35mm widescreen on DVD, color, sound, 14min30sec, 2006. Courtesy of the artist

# 3. 영화의 재구성

한편, 세 번째 파트인 ‘영화의 재구성’은 다양한 경로에서 발췌한 파운드 푸티지 대신, 오직 한 편의 영화를 활용하는 작품들로 구성됩니다. 특히 리메이크(remake)나 점프 컷(jump cut)같은 영화의 편집 방식을 차용하여 영화적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하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피에르 위그의 작품 <제3의 기억>은 실제로 1972년 브루클린에서 존 요토비치(John Wojtowicz)에 의해 발생했던 은행 강도 사건을 소재로 합니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개의 영상으로 구성되는데요. 하나는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한 시드니 루멧(Sydney Lumet)감독의 영화 <뜨거운 오후Dog Day Afternoon>(1975)에서 따온 푸티지 영상이며, 다른 하나는 강도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지난 후, 존 요토비치가 해설을 곁들여가며 당시의 범행을 재상연하는 영상입니다. 이 작품에서 최초의 범죄라는 ‘첫 번째 기억’은 그것을 영화화한 ‘두 번째 기억’을 거쳐 실제 사건과 재구성된 영화 사이에서 간섭받으며 허구와 실재의 모호함을 드러내는 ‘제3의 기억’으로 수렴됩니다.

Pierre Huyghe, The Third Memory, two-channel video projection with sound, 9min32sec, 2000. Courtesy of the artist

이처럼 《피처링 시네마》영화에서 발췌된 파운드 푸티지 영상이 현대 미술의 비디오 아트 작품 속에서 재맥락화되는 다양한 양상들을 추적하며 현대 미술이 영화라는 인접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고 그 영역을 확장해나간 발자취를 되짚어보았습니다. 고정된 의미의 층들이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며 만들어 낸 이 ‘친숙한 동시에 낯선’ 지각 경험은 관객들이 영상 이미지로써 서사가 구성되는 방식과 의미의 연쇄 작용 방식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영상이라는 미디어 자체가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반추하게 합니다. 이후 2015년에 기획된 《필름 몽타주Film Montage》에서도 이러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는데요, 앞으로도 코리아나미술관은 기획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 매체와 무빙 이미지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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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피처링 시네마 Featuring Cinema』 전시 도록, 코리아나미술관, 2011.
전혜숙, 「비디오 아트의 영화 이미지 사용방식에 나타난 개념적 특징 연구」, 『기초조형학 연구』, vol.11, no.5, 2010.
하선규, 「영화의 미학적 도전」, 『미학대계 제3권: 현대의 예술과 미학』,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
Stuart Comer (ed.), Film and Video Art, Tate Publishing, 2009.
Stefano Basilico (ed.), Cut. Film as Found Object in Contemporary Video, Milwaukee Art Museum, 2005.
Cartherine Russel,Experimental Ethnography: The Work of Film in the Age of Video, Duke University Press, 1999.
William C. Wees, Recycled Image. The Art and Politics of Found Footage Films, Anthology Film Archives,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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